글로벌 음료 브랜드인 코카콜라가 최근 예상치 못한 소비자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코카콜라 불매운동이 유럽과 중남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은 제품 품질이나 사회적 이슈에 기인하지만, 이번 사태는 정치 외교적 갈등이 소비 행동으로 번진 독특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덴마크와 멕시코에서의 불매운동은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과 무역관세 정책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표적이 된 상징적 미국 브랜드가 바로 코카콜라다.
덴마크, 코카콜라 대신 ‘졸리콜라’ 찾는다
사건의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부터였다. 그린란드 매입 제안은 덴마크 국민들에게 미국이 자국 주권을 무시했다는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이 반감이 미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행동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덴마크에서 코카콜라를 생산 및 유통하는 칼스버그(CARLSBERG)의 CEO 제이컵 아룹-안데르센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미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덴마크는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불매운동으로 인해 덴마크 현지 브랜드인 ‘졸리콜라(Jolly Cola)’의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13배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애국소비를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소비 행위의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도 번지는 반미 정서와 소비자 이탈
멕시코 역시 코카콜라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대표 국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멕시코에 대해 ‘불법 이민·마약 밀수 책임’이라는 명분으로 무역 제재를 강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멕시코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 펨사(Coca-Cola FEMSA)’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4년 1분기 멕시코 내 판매가 5.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판매량이 2% 증가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코카콜라 글로벌 CEO 제임스 퀀시는 이에 대해 “북부 국경지역 제조업 밀집지역에서 소비 위축이 두드러지며, 지정학적 긴장이 소비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히 날씨나 경기침체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갈등이 일상적인 소비 행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단순한 브랜드 불매를 넘는 정치적 상징
덴마크와 멕시코의 사례를 보면, 코카콜라 불매운동은 더 이상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반감이 아니다. 코카콜라는 글로벌화와 미국 문화의 대표적 상징이다. 소비자들은 정치적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장 쉽게 ‘거부’할 수 있는 브랜드로 코카콜라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발하며 스타벅스,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을 보이콧했던 사례와도 유사하다. 브랜드 자체가 정치적 이미지와 연결될 때, 소비는 단지 구매를 넘어서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행동으로 변화한다.
기업의 대응, “영향은 제한적”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칼스버그 측은 “불매운동이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현지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는 분명한 변화다. 졸리콜라와 같은 로컬 브랜드들이 틈새를 공략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코카콜라 본사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를 인정하며 **“소비자의 외출 감소와 구매 보류 심리”**를 언급했다. 단기적인 실적 악화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불매운동은 단기성 트렌드로만 치부할 수 없다.
브랜드의 정치적 중립, 가능할까?
이번 코카콜라 불매운동은 기업 브랜드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려 해도 외부 환경에 의해 정치화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단지 제품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이 상징하는 문화, 가치, 태도까지 함께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브랜드들은 정치적 민감 이슈가 불거졌을 때,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대응하느냐가 장기적인 신뢰도와 직결된다. 지나치게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것도 문제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오히려 오해를 키울 수 있다.
마무리하며
코카콜라 불매운동은 단순한 음료 소비의 거부를 넘어, 정치적 불만의 상징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덴마크와 멕시코 사례는 정치와 외교가 글로벌 기업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이 아닌, 그 브랜드가 전달하는 ‘가치’까지 고려해 지갑을 연다. 브랜드가 글로벌로 확장된 만큼, 소비자의 선택 역시 더 이상 국경에 갇혀 있지 않다. 코카콜라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그리고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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